▶ 첫 소설부터 문학계를 비판하는 글을 쓰시다니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
제가 겁도 없이 그렇게 한 건 문학계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었기 때문이에요. 출판사 사람들이며 작가들이며 알고 보니 정말 좋은 사람들이더군요. 진작에 알았더라면 이런 글은 안 썼을 텐데! 사실 난 작가가 될 생각이 없었어요. 아버지가 일본 주재 외교관이었던 덕에 전 일본어에 능통했고 그래서 비즈니스 통역가가 되기로 했지요. 하지만 일본에서 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직업상 뼈저린 좌절감을 맛본 뒤에 서랍 속에 쌓여 있는 원고뭉치에 생각이 미쳤지요. 전 열일곱 살 때부터 소일거리 삼아 쭉 글을 써오고 있었답니다. 그 중의 하나를 출판사에 보냈고 그래서 이렇게 된 거예요.
▶ 서랍 속에 원고가 많으신가 봐요?
이 소설이 제 첫 소설이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열한번째랍니다. 전 대학에서 문헌학*을 전공했어요. 문헌학과는 벨기에하고 독일의 대학에만 개설되어 있는 학과지요. 니체도 문헌학을 전공했다지요. 니체하고 전공이 같다니 대단하죠! 대학 다닐 때 친구들과 소설 쓰기 놀이를 곧잘 하곤 했는데, 그 버릇이 밴 탓인지 계속 글을 쓰게 됐어요.
*문헌학은 각종 문헌에 대한 비평적 분석을 통해 언어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아멜리 노통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을 망라하는 로망어 문헌학을 전공했다.
▶ 소설 속에서 프레텍스타 타슈가 책이며 작가며 기자며 여자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을 하는데, 그의 생각에 동의하시나요?
여자들에 대해서 그가 한 말은 절대로 용서 못해요. 하지만 대개의 경우 타슈는 제 생각을 대변하고 있지요. 저도 타슈처럼 메타포를 싫어하고 셀린이며 패트리셔 하이스미스 같은 작가를 좋아한답니다.
▶ 메타포를 싫어하시는군요. 대학에서 시험 볼 때 메타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이라도 있으신지?
수사학에는 메타포 말고도 다른 게 많은데 다들 메타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게 싫었어요. 게다가 메타포라는 건 너무 안이하잖아요. 전 대학에서 공부할 때 동사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제 학부 졸업 논문의 제목은 『베르나노스*의 소설 속에 나타난 타동사의 자동사화』였답니다. 프레텍스타 타슈의 소설 제목 같죠? 베르나노스의 소설을 읽다 보니, 작가가 형이상학적 사고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문장 구조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동사를 통해서요. 동사가 목적어를 갖느냐 갖지 않느냐는 인생에 있어, 문학에 있어, 목표를 갖느냐 갖지 않느냐 하는 것하고 상응하는 것 아니겠어요? 제 생각에 셀린은 타동사화에 주력했던 사람이고 베르나노스는 자동사화에 주력했던 사람인 것 같아요.
*Georges Bernanos(1888~1948), 프랑스 소설가. 『시골 사제의 일기』 등의 작품을 통해 현대 종교의 허위를 폭 로하고, 증오와 죄악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성성(聖性)과 악마성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그렸다. 레지스탕스의 선구자로 존경받고 있다.
▶ 기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 같던데……
천만에요. 전 소설을 대화체로 구성하려 했기 때문에, 대화라는 양식에 걸맞는 등장인물들이 필요했을 뿐이에요. 언론계를 비난하려 한 게 아니었어요.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어버렸지만요. 책을 출판하게 되자, 기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이들은 소설 속 기자들이 실제와 다르다고 지적했어요. 어떤 이는 이렇게 말했지요. “말도 안 돼요, 네 사람 모두 각기 다른 질문을 하다니!”
▶ 왜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나요?
전 정말 별 볼 일 없는 사람이거든요. 그러니 이왕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낼 바에야 나랑 완전히 딴판인 인물을 만들어내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남자이고 늙었고 아주 유명한 사람.
▶ 프레텍스타 타슈는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에 걸렸는데, 이 병은 실존하는 병인가요?
아, 아니에요. 브뤼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장난일 뿐이에요. 우리 브뤼셀 사람들이 감자 튀김을 사서 먹곤 하는 아주 지저분한 광장의 이름을 독일식으로 바꾼 거랍니다. 내 고장 사람들에 대한 내 나름의 인사죠 뭐. 왜 연골에 관한 병을 생각해냈느냐고요? 그건 제 연골 조직이 아주 특이하기 때문이죠. 전 엄지를 180도로 꺾을 수가 있답니다. 제 나이가 한 예순쯤 되면 연골 때문에 고생깨나 하겠지만 지금으로선 정말 재미있어요.
▶ 이 소설을 120시간 만에 써냈다고 하셨지요. 퇴고 같은 것도 하지 않으셨나요?
1991년 1월 14일부터 3월 11일까지 40일간 120시간에 걸쳐 썼죠. 전 절대 퇴고 같은 건 하지 않아요. 그래서 제게 글쓰기는 도박과 같답니다. 단번에 잘 써지지 않으면 실패한 거죠. 그럼 다음번을 기약하면 되고요. 글을 빨리 쓰는 건 문장의 호흡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예요.
▶ 프레텍스타 타슈는 스물두 권의 소설을 출판한 것으로 되어 있지요. 혹시 그 스물두 권의 소설들은 직접 쓰신 것 아닌가요?
하하, 맞아요. 그 제목들*을 인용하면서 얼마나 즐겁던지. 사실 『살인자의 건강법』은 그 소설들을 소개하기 위해 쓴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서 타슈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잖아요. 그 부분을 단숨에 써내려가면서 낡아빠진 기계를 술술 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답니다. 정말 즐거웠어요.
이 책 재밌을 것 같아요. 그런데 프랑스어판 표지는 워터하우스의 오필리아군요. 책 내용과 무슨 관계가~
이야~! 세훈쓰 그런것 까지 알고 있단말야? ^^; 대단해 ㅋㅋ
이 책도 괜찮지만~
적의 화장법을 더 추천!
오필리아 자료를 몇개 찾아 봤는데..
표지에 있는 작품은 워터하우스의 오필리아로 잘못 알려진 밀레이의 오필리아라는 글을 찾았다~ ^^;
참고;;
http://blog.naver.com/lamia83/130006313514
오른쪽 책 표지 그림은 텔미썸딩에서 심은하가 그린 그림하고 되게 느낌이 비슷하네요...텔미섬딩은 세로로 그렸었는데...괜히 음산하네요... 무서운 책이에요?
넵~ 맞아요 ㅎㅎ
텔미썸띵에 나왔던 그 그림이라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