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 2007/07/17 02:15

사용자 삽입 이미지
:: SEEING ::

한 도시의 모든사람의 눈이 멀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오직 단 한명의 여자만이 앞을 볼 수 있었다. 대혼란 속에 무너져 가는 인간의 존엄성 앞에서 그녀의 존재는 메시아와 같았다. 그녀는 헌신적으로 조직의 구성원을 보호 하고 보살핀다. 단지 앞을 볼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인가? 그녀는 개연성이 부족해 보일 정도로 무리들을 사랑으로 감쌌다. 그녀는 책 전반을 감싸고 있는 남성성에 대항하는 아이콘이다. 무너져 버린 질서, 폭력, 지배, 강간, 착취에 맞서 무리를 보호하는 그녀의 모습은 휴머니즘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다. 작가는 그녀에게 눈이 멀어버린 세상의 구원자 역할을 맡긴 것 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시력이 다시 돌아오게 되면서 생지옥으로 변해 버렸던 도시는 구원 받았고 여신의 숭고했던 역할도 마무리 되었다. 도시는 서서히 악몽에서 깨어났다.

무너져 버린 인간의 존엄성 앞에서 한 여인을 통해 희망의 빛을 보여 줬었던 사라마구는 그 사건 이후 4년뒤의 이야기를 다룬 '눈뜬 자들의 도시(SEEING)'를 발표했다.

도시의 모두가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어했던 그 날로 부터 4년의 시간이 흐른 어느날, 지방선거에서 그 도시의 80%이상의 유권자는 모든 정치 세력에 대한 불신임을 의미하는 백지투표를 던지게 된다. 좌파와 우파 중도정당 정치인들은 이러한 유권자의 뜻을 왜곡해 해석하고 우왕좌왕 하며 불안해 한다. 유권자의 뜻은 정치세력 전체에 대한 깊은 불신임을 뜻하는 것이었다. 정치인들은 자신에게 권력을 주었던 유권자에게 버림 받은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의 뜻을 알아채기에는 정치인들의 눈은 이미 멀어있었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를 존재하지도 않는 체제 와해 세력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주도자를 물색하는데 혈안이 된다. 무고한 시민들의 뒷조사를 하며, 거짓된 상황의 연출과 억지 주장으로 그들을 기만하면서 자기들의 위기사항을 타결 하려 한다. 결국에는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체제 붕괴 세력을 창조해 가면서 계엄령을 선포하기 까지 이른다.  계엄령을 통해 시민의 일거수 일투족을 통제, 감시 하는 모습은 마치 조지오웰의 1984에서의 전제주의 국가의 초기 모습이 이렇게 시작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떠올려 본다. 도시의 언론을 사전 검열하는 장면에서는 자연스럽게 1984의 Big Brother가 머리속을 스쳐간다.

눈을 뜬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세발의 총소리가 울렸다. 그녀가 쓰러지고 눈물을 핥아주던 개 콘스탄테도 쓰러졌다. 도시를 구원했던 여신과 그녀의 수호자가 죽어가고 있다. 눈뜬 자는 누구인가? 눈을 떴지만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노(老)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책을 읽는 내내 염두해 뒀었다. 나는 안개속을 걷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진실을 찾는데 권력을 이용하는것이 아니라 필요한 답을 이미 만들어 놓고 권력을 이용해 진실로 보이도록 움직이는 정치 세력들을 바라보는 독자는 씁슬하다. 진실을 위해 소신껏 행동한 이들은 결국 정치 세력에 이용당하거나 죽음에 이른다.

여자는 쇠난간으로 다가간다. 두 손으로 난간을 잡는다. 쇠붙이가 차갑게 느껴진다. 우리는 여자에게  잇따라 울려 퍼진 두 발의 총소리를 들었냐고 물을 수 없다. 여자는 죽어 바닥에 누워 있기 때문이다. 피가 흘러 발코니 아래로 뚝뚝 떨어진다. 개가 달려 나와 코를 킁킁 거리며 여주인의 얼굴을 핥더니 목을 뻗어, 무시무시하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낸다. 또 한 발의 총 소리가 그 소리를 없앤다. 그러자 한 눈먼 남자가 물었다, 무슨 소리 들었나. 총소리가 세 발 들렸는데, 다른 눈먼 남자가 대답했다. 하지만 개가 우는 소리도 들리던데. 지금은 그쳤어, 세번째 총소리 때문일 거야. 잘됐군, 나는 개 짖는 소리가 싫어. (428p)

백지투표를 통해 권력층에 대한 반기를 들면서 짖어 보자고 시작했던 이야기가 '나는 개 짖는 소리가 싫어' 라면서 끝이 나니 허탈감을 지우긴 힘들다. 전작인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나는 '눈을 뜬다는 것의 의미'를 '인간으로서의 지켜 나가야할 가치와 근본을 진심으로 바라보며 세상속에 뛰어들어 베풀고 사랑하며 함께 고통을 나누는 삶을 사는 것' 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의 '눈을 뜬다는 것의 의미'는 사믓 다르게 느껴졌다. 진실을 왜곡하는 정치세력 (혹은 그 무엇이든..)이 유도하는 짜여진 각본에 휘둘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그 무엇이 필요 한것 같았다. 객관적 사고와 스스로의 역량으로 진실을 투명하게 바라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한 것이다 . 이것이 이 소설에서 '눈을 뜬다'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ps : 출판사의 의도적인 기획 일까?
전작이었던 '눈먼 자들의 도시'의 커버는 하얀색이 바탕색으로 사용되었었다. '눈이 멀다'를 하얀색으로 표현 - 책에서도 백색실명 상태로 표현되긴 하지만 - 하였고 '눈뜬 자들의 도시' 의 커버는 검은색이라니.... 눈은 떴으나 보지는 못한다는 뜻인가...

  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199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2004년 작. '세상 사람 모두가 눈이 멀고 단 한 사람만이 볼 수 있다면'이라는 설정에서 출발한 전작 이후 4년, 유권자의 80퍼센트가 백지투표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두려움에 떨던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백색혁명 주동자를 색출하기 시작하는데...

2007/07/17 02:15 2007/07/17 02:15

:: 정보공유라이선스 2.0 : 영리/개작금지 ::
Trackback Address :: http://www.codingstar.net/tts/trackback/408
  • 눈뜬 자들의 도시

    Tracked from HisCave.Net | 2008/01/08 10:07 | DEL

    역자 후기와 조우할 수 밖에 없는 순간에 이르렀을 때조차 나는 엄두가 나지 않는 그리하여 누구도 답을 알려줄 수 없는 수수께기와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수수께끼의 답이 정말 ..

  • 주제 사라마구의 "눈뜬 자들의 도시" ...

    Tracked from mcsong's languid afternoon | 2008/04/02 20:48 | DEL

    주제 사라마구의 눈뜬자들의 도시.. 눈먼 자들의 4년 뒤 이야기.. 정치에 대한 일면.. 사람들의 자각.. 등이 이 책에 대한 느낌이다.. 눈뜬 자들은 도시의 주민들 뿐.. 정부, 즉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눈은 아직도 멀어 있다"라는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마지막으로 여인을 죽이는 냉혹한 정부의 뒷모습은 눈이 멀어 그 사람의 진정(?)을 보지 못하는게 너무 슬프네요..

  • 눈뜬 자들의 도시

    Tracked from The note of Legendre | 2008/10/17 20:52 | DEL

    눈먼 자들의 도시의 후속작 눈뜬 자들의 도시를 빌려 읽었습니다. 시점은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 4년 후를 다루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법적으로 시민이 행사할 수 있는 표 가운데, 백지 투표가 발생했다고 가정하는데요. 그 사건을 두고 정치적으로 풀어가려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적을 지어내면서 곤란한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마치 언젠가 일어났던 일처럼, 생생하게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내가 예상했던..

Name   :) or ;) :P 8D :( --;
Password
Homepage
Secret
< PREV |  1  |  ...  75  |  76  |  77  |  78  |  79  |  80  |  81  |  82  |  83  |  ...  419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