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커피, 음악사랑 블로그 ★☆

Posted
Filed under 책 소개/리뷰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소중한 딸을 되찾기 위한 중년의 도전이 시작된다. ::

재미와 감동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이야기. 지은이 가네시로 가즈키는 재일 교포 출신 작가다. 일본을 배경으로 한 그의 작품에는 꾸준히 등장하는 한국 소년 '박순신'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박순신을 통해 작가의 청소년 시절 모습을 오버랩시켜 보곤 했다.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살아 간다는 것. 한 사회의 이방인이 된다는 것. 그가 청소년 시절 겪었음직한 괴로움과 고독, 소외와 차별이 떠오른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과거에 자신이 했던 일보다는 하고 싶어했던 일을 글로 표현하고 싶어 한다. 이것을 염두해 볼때 책속 순신의 대사인 "까불지마 일본인" 은 어쩌면 작가가 소년 시절에 세상에 외쳐 보고 싶었던 말이지 않았을까?

책속의 박순신 일행(The Zombies)은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 그들만의 새로운 가치를 추구 하는 청소년들이다. 그들은 비주류가 되어 자유를 만끽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들 앞에 우울한 40대 중년의 아저씨가 칼을 들고 나타난다. '이시하라를 데리고 와!' 폭행당한 딸의 복수를 하고 싶어서 찾아간 학교.. 엉뚱하게도 번지수가 틀려 다른 학교로 찾아 간 것이다. 칼을 휘두르던 스즈키는 박순신의 일격에 쓰러지고 그들의 아지트에서 눈을 뜨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스즈키에게 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폭력에 일그러진 딸앞에서 그녀를 위해 한것이라곤 돈과 권력으로 사태를 무마시키려는 가해자들 뜻대로 무기력하게 그들을 용인해 주었다는 것. 스즈키는 가해자들의 위압감에 눌려 마땅한 저항 한번 해보지 못했다. 위로금 명목의 돈 봉투만이 손에 들려 있었을뿐. 지금 스즈키 하지메는 그 사실이 너무 괴롭고 부끄럽다. 이대로는 딸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없었다. 복수를 다짐 한다. 상대는 복싱부 이시하라. 3년 연속 챔피언을 노리는 강한 남자다. 스즈키는 완벽한 복수를 위해 칼을 품고 학교로 찾아 갔던 것이다.

"목숨을 던져도 좋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목숨을 걸고 이시하라를 죽이면 되는 거야. 칼 같은 건 쓸 필요도 없이."

"........"

"폼 잡지 말란 말이야, 아저씨. 당신은 결국 자신이 중요한 거야. 자기 몸은 다치기 싫은 거야. 무서우니까 칼 따위나 들고, 자기 몸에는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이기고 싶은 것뿐이야. 비겁한 겁쟁이에 지나지 않아. 당신은 소중한 걸 지킬 수 없어." 65p

나의 세계로 들어오라!
'기초는 필요 없는 걸 버리고 필요한 것만 남기는 것.' 이제 기초는 준비되었다. 박순신과 스즈키 하지메의 45일간의 트레이닝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배불뚝이 중년 남성은 어느새 근육질의 날렵한 몸매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복싱 3년연속 챔피언. 중년의 아저씨가 그와 싸워서 이길 확률은 제로. 그러나 그의 최대 약점은 그가 복싱 챔피언 이라는 것이다. 복싱 챔피언과 복싱으로 싸울 수는 없는 법. 순신은 스즈키에게 그동안 다진 기초를 발판으로 유도의 조르기 기술을 가르쳐 준다. 왼손잽을 피하면서 적을 나의 세계로 끌어 들이면 되는 것이다.

재미와 감동 두가지를 모두 만족 시켜 줬던 책이었다. 소중함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고등학생한테 존대말까지 쓰면서 격투기 트레이닝을 받는 중년 남자의 절실한 모습,  버릇없어 보이지만 생각하는 것이 남다른 박순신 일행의 모습을 보면서 한참을 웃기도 하고 가슴 찡한 감동도 받았다. 새로운 자신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갇혀 있는 껍질을 스스로 깨고 나와야 한다. 누군가 나를 둘러싼 세계의 벽까지는 데리고 갈 수 있다. 하지만 껍질은 내 자신이 깨어야 하는 것이다. 껍질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도약 했을 때의 그 가슴 벅찬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 할 수 있으랴.

살아가다 보면 뛰어난 다른 사람들 틈속에 유난히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 할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부러워 하거나 걱정 하지 말자.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나의 세계에서는 그 존재감이 나에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새로운 원리를 만들고 나를 그 중심에 집어 넣어 보자. 이제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 갈것이다. 스즈키와 박순신이 그랬던 것처럼!

  플라이, 대디, 플라이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Go>, 의 작가 가네시로 카즈키의 최신작. 의 '더 좀비스'가 그대로 등장, 새로운 미션에 도전한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마흔일곱 살의 평범한 가장인 스즈키 하지메. 생애 최대의 위기를 맞은 이 비실비실한 아저씨를 돕기 위해 '더 좀비스'가 나선다.

영화 '플라이 대디' 포스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