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들의 도서관 - 김중혁 :: 2008/09/04 12:57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삶을 리믹스 하는 DJ 작가
  나는 음악을 들을때 다른 사람들이 흘려 버리는 작은 음향들도 민감하게 캐치해 내곤한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 소리에만 집중해버릴때가 있다. 언젠가는 친구들과 대화하다가도 귓가에 스치는 미약한 파동에 내 머리속에서는 친구목소리 음소거 스위치가 작동 되기도 했었다. 아무런 기약없이 불쑥 찾아오곤 하는 소리의 속삭임들은 내 영혼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어떤 감성을 자극하는 듯했다. 친구들은 '큰소리로 부르는 내 목소리는 잘 못듣더니 어찌 이런 작은 소리들에는 집중할 수 있는지..' 신기해했다. 김중혁의 '악기들의 도서관'은 주변의 큰 소음에 묻혀 버리고 마는 작은 소리들의 이야기였다. 나도 모르게 내 무의식을 깨워왔던 그런 소리들을 작가가 글로 엮어준 것 같은 기분이든다.

 이 책에는 모두 8편의 소설이 들어 있다. - 이 단편 소설들에는 유난히 음악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다. - 이 단편 소설들의 등장인물들은 왠지 나에게 친숙하다. 이 등장인물들은 인기있는 노래의 중요 멜로디부분들에서는 거리가 먼 소소한 반주혹은, 단순한 효과음쯤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 처럼 느껴지곤한다. 남들 뛸때 같이 못 뛰고 노래 부를때 박자를 놓치며 살아가는 엇박자의 삶은 작가의 리믹스로 독자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김중혁의 단편 소설들을 하나하나 차례대로 읽어 나가다 책을 반쯤 읽었을때에 묘한 아쉬움이 남았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카세트 테잎 한면을 다듣고, 다음면으로 넘겨 듣다가 문득 '이제 몇곡 안남았군!' 하며 느꼈던 허전한 기분과 비슷할까. 자동피아노, 매뉴얼 제너레이션, 비닐광 시대, 악기들의 도서관, 유리방패, 나와 B, 무방향 버스를 거쳐 엇박자 D 까지 왔을때는 정말 그런 느낌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젊은 작가의 생동감과 신선함을 느꼈다. 각 소설들의 소재면에서도 그랬고, 특히 '비닐광 시대'에서 O_O 를 DJ들의 턴테이블 이모티콘으로 사용한 작가의 센스는 일품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중혁작가의 센스있는 팬서비스 (클릭해서 보세요)

 가운데 사진의 'Normal Positon'에 유독 눈길이 간다. 고등학생 시절에 친구들에게 음악을 선물한답시고 수많은 녹음 테이프들과 시간을 보냈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Normal Position 테잎에 녹음을 했었다. 그러면서 점점 녹음테이프와 여러모로 친해지게 되었다. 클래식을 녹음할때는 Chrome Position, 락이나 메탈, 팝을 녹음할때는 Metal Position으로 녹음하는 노하우도 생겼다. 가장 좋아했던 제품은 TDK의 Metal Position. 이 테잎은 비싼만큼 큰 만족을 주는 명품 테잎이었다. 당시 가수들 앨범 가격(테잎기준)이 5천원 이라면 Metal Position 45분 테잎이 3500~4000원 했었던 고가 제품 이었다. 소중한 친구에게 함께듣고 싶은 음악을 선물하기 위해 정성스레 테잎을 녹음 하듯이 김중혁은 그런 마음을 책으로 담아주었다.

저자의 말
이 소설집은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녹음테이프입니다. 테이프 속에는 모두 여덟 곡의 노래가 녹음되어 있습니다. 저에겐 특별한 노래들입니다. 오래 전 친구의 생일선물로 만들던 녹음테이프가 기억납니다. 나만의 특별한 노래들을 모아 만들었던 녹음테이프도 생각납니다. LP나 CD를 재생시킨 후 카세트 데크의 빨간색 녹음버튼을 누르면 ‘실시간’으로 소리를 이동시킬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소리를 붙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소리란, 그리고 음악이란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요? 사라진 소리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이 녹음테이프 속에는 제가 이 년 동안 세상 여러 곳에서 붙잡아둔 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저의 취향과 마음과 선택이 담겨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카세트 데크에 있는 파란색 플레이버튼을 눌러 제가 녹음한 소리를 들어봐주십시오. - 김중혁

ps : 책을 읽고 나서 보니 주인공들이 모두 마이너한 싱글남들이었던것 같다. 작가님 취향인가? ^^

  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
<펭귄뉴스>의 작가 김중혁의 두 번째 소설집. 2008년 제2회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인 ‘엇박자D'를 비롯한 총 여덟 편의 작품들이 수록돼 있다. 작품들은 작가가 수집한 온갖 소리들의 모음들이다. 피아노, LP음반, 오르골, 600여 가지 악기 소리가 채집된 음반파일 등이 모여 성숙한 이야기의 변주를 선보인다.

2008/09/04 12:57 2008/09/04 12:57

:: 정보공유라이선스 2.0 : 영리/개작금지 ::
Trackback Address :: http://www.codingstar.net/tts/trackback/478
  • juno | 2008/09/19 10:59 | PERMALINK | EDIT/DEL | REPLY

    노말, 크롬, 메탈이라... 참 오랜만에 들어보네... ^^
    여전히 책도 많이 보고 부지런히 사는것 같네...
    조금만 삶이 힘겨워도 모든걸 내팽겨쳐버리는 나하고는 다르고나... ㅜㅜ
    가을인가... 역시 가을 오기전에 보약 한첩... 나이가 있으니... ㅜㅠ

    • 아라비카 | 2008/09/22 09:29 | PERMALINK | EDIT/DEL

      형님 저 요즘 절대 안부지런해요 ㅜ.ㅜ
      신경쓸일들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잘처리 하지도 못하고 그냥 두고 있어요
      몸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답니다;;;

      좋은 보약있으면 저도 좀 소개를 ^^;;

      ps : 메탈 포지션에 녹음하면 정말 소리 죽여 줬었죠 ^-^*

Name   :) or ;) :P 8D :( --;
Password
Homepage
Secret
< PREV |  1  |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  419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