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 가네시로 카즈키 :: 2008/10/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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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개인, 민족과 이념, 차별 속의 또 다른 차별 그리고 나.
 가네시로 가즈키의 데뷔작 'GO'는 재일(在日) 한국인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책이다. 가즈키의 책은 최근의 '영화처럼'과 레벌루션 No.3 , GO , 플라이, 대디, 플라이 (Fly, Daddy, Fly) 이렇게 4권을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GO는 그 중에서 최고의 소설이었다.  GO는 가벼운 듯 하면서 가볍지 않고, 무거운 듯 하면서도 유쾌한 명작이다. 마치 데뷔 하자마자 첫 타석에서 만루 홈런을 쳐버린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들었던 김영미 PD의 강의 내용이 생각 났다. "책을 읽는 것은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사회에 대한 애정을 키우는 것이다." - 어렴풋한 기억이기 때문에 원래의 발언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가즈키의 소설 GO 를 통해 재일 한국인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민족적 아픔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 재일 한국인의 일본에서의 삶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상상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주인공 스키하라(이정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현실은 상상보다 너무 실감났다. 재일 한국인으로 국적을 바꾸기전까지 주인공이 다닌 재일 조선인을 위한 민족학교의 수업 방식, 이념 교육등에 대한 내용은 북한, 재일 한국인, 재일 조선인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해준것 같다.

 스기하라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본에서 조선인으로 태어났다. 태어나서 재일 조선인을 위한 민족 학교라는 이념적 울타리 안에서 일본인과 분리되어 교육을 받았지만, 교문 밖을 나서면 그가 일본인인지 조선인인지 구별 할 수있는 차이는 없다. 스기하라는 단지 일본에서 태어났을 뿐이고, 재일 조선인이 되었고, 국적을 바꾸어 재일 한국인이 되었다. 재일 조선인으로 민족학교에 다닐때는 일본인으로 부터 차별을 당했고, 민족학교에 진학 하지 않고 일본인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민족학교 시절의 재일 조선인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다. 일본 고등학교 내부에서의 차별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스기하라에게 국적은 성가신 존재일 뿐이다. 기원을 거슬러 올라 가면 한국인과 일본인, 중국인의 DNA는 거의 유사한데 왜 어느 땅에서 태어났느냐를 가지고 이렇게 서로를 견제하면서 살아 가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서로 사랑하게 된 일본인 여자친구에게 재일 한국인임을 밝히고 나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차 외면 당해 버린 스기하라는 자신을 둘러싼 그 원을 깨부수기로 결심한다.

"나는 꽤나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났지만 스프링스턴의 기분은 충분히 이해한다. 내가 노래한다면 이렇게 하겠다.

유복한 나라와 가정에서 태어나
말썽을 부리곤 아버지에게 걷어차였다
인생의 대부분을 당당하게 살았지만
긴장을 풀면 언제나 벌받은 개꼴이다
나는 일본에서 태어났다
나는 일본에서 태어났다.

그렇다.
나는, 일본에서, 태어났다." (20p)

" 내가 국적을 바꾼 것은 이제 더 이상 국가 같은 것에 새롭게 편입되거나 농락당하거나 구속당하고 싶지 않아서였어. 이제 더 이상 커다란 것에 귀속되어 있다는 감각을 견디면서 살아가고 싶지 않아. 이젠 사양하겠어. 설사 그것이 무슨무슨 도민회 같은 것이라도 말이야." (247)

 사실을 알고 보면 서로 다를 것도 없는 사람들이 조직을 만들고 협회나 단체를 만들고 국가를 만들고 "너는 우리와 달라"를 외치며 서로가 서로를 차별한다. 같은 원안에 있던 사람들중 한명이 원 밖으로 나가고 싶다면 어제의 친구에게 왕따를 당할 각오를 해야 하는 사회.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집단의 구속. 하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기 스스로의 마인드 정립이 없이 기성세대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받아 들여 이념적인 혹은 민족적인 우월 의식, 차별 의식, 배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너라면 어떻게 할래?" 하는 물음을 작가가 던지는 듯한 기분도 들었고 스기하라가 정말 쿨하다라는 느낌도 들었다. 스기하라는 나의 소년 시절에 비하면 훨씬 성숙한 느낌의 주인공이었다. 이런 느낌을 내게 줬었던 주인공이 또 한명있었다. 책의 주제는 다르지만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코울필드와 만났을때도 이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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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도 빅 히트한 GO는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 졌다. 책의 느낌을 살려서 영화화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배우들 캐스팅과 스토리의 연출도 살아있어 책과는 또 다른 재미가 쏠쏠하다. 주먹을 날리는 스기하라의 포즈에 "살아있다.. 사랑한다.. 불만있냐?" 는 문구가 함께 있는 영화 Go의 포스터가 책의 느낌과 잘 어울린다.

 그동안의 재일 문학의 트렌드는 어둡고 처절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한일간의 식민지 역사와 재일 한국인의 정체성, 민족내부의 갈등, 세대간의 갈등에 치우친 작품들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가네시로 가즈키는 그러한 분위기를 가볍게 여기지도 않지만 너무 무겁게 다루지도 않는다. 처절하게 억울한 감정도 어느새 유머러스한 상황으로 바뀐다. 위트 있는 작가의 문체속에서 스기하라는 국가와 민족을 뛰어 넘어 마침내 자유인이 된다.

ps :  GO를 읽으면서 Fair Warning 의 명작 앨범 GO!를 즐겨 들었었다. 책속의 주인공 스기하라를 응원하는(?) 하는 의미에서 Fair WarningGO! 앨범중 Save Me 와 I'll be there 을 열심히 들어 줬다. =)

  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첫 장편소설로 2000년 일본 나오키문학상을 받은 재일교포 2세의 작품. 조총련계 중학교를 다니다가 한국으로 국적을 옮기고, 나중엔 일본학교에 진학하는 고등학생 스기하라의 연애담이다. 하루키의 글을 보는 듯한 유머와 재일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드럽게 잘 섞여있다.

2008/10/15 09:11 2008/10/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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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밀방문자 | 2008/10/15 23:04 | PERMALINK | EDIT/DEL |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아라비카 | 2008/10/16 09:31 | PERMALINK | EDIT/DEL

      아 오타 수정했어요 ㅋㅋ 고마워요 ㅎㅎ
      예전에는 포스팅 하기전에 맞춤법 검사기 같은걸로 한번씩 돌렸었는데..
      요즘은 귀찮아서 그냥 막올려요 ^^

      맞춤법 검사기 도입을 다시 한번 고려해야 할듯 ㅋㅋ

      데뷔작이 너무 멋진것 같아요.
      영화도 잘만들었고 ^^

  • 자인 | 2009/01/03 22: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카즈키 책은 항상 관심이 있었는데, 아직 한 권도 못봤고, 영화도 못봤네. ㅜㅜ
    이상하게 다른 책들에게 계속 밀린단 말이야. (미안 카즈키)
    요즘은 도무지 책읽을 시간이 없어서 에세이 위주로 또 가볍게 읽다보니...

    요번달에 GO 부터 시작해볼까나~ ㅎㅎ

  • 키링! | 2009/04/16 22:3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늘 GO를 다 읽었는데... 글이 무척 공감갔답니다!

    뜨겁고 터질듯한 심장을 깊숙히 감춰 놓은 스기하라.

    하지만 심장 박동소리는 숨길 수 없었지요.

    • 아라비카 | 2009/04/28 23:39 | PERMALINK | EDIT/DEL

      키링님~ 재미있게 잘 읽으셨군요~?! ^-^

      마무리가 조금 아쉬운듯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완전 명작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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