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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1 그 남자네 집 - 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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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 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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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첫사랑 이야기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박완서 작가에게 여러가지로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책인것 같다. 그녀는 6.25 전후 최초의 문예지를 창간했던 현대문학사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나타내고 싶은 마음에 '그 남자네 집'을 썼다고 말하고 있다. 이미 동명의 단편 소설을 발표했던 작가는 이후에 연작으로  몇편을 더 이어내고 싶은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느꼈다고 한다. 소설을 쓰는 내내 연애편지를 쓰는 기쁨과 고통을 함께 느겼다는 작가의 후기를 읽으면서 나는 야릇한 궁금증이 피워올랐다. 그녀에게 이런 마음을 갖도록한 '그 남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소설을 써내려 갈수 있었던 진짜 이유가 되었던 '그 남자'의 이야기라.. 추억속의 설레임이 깨어나 그녀를 움직여 글을 쓰도록 한 것이리라.. 나는 책장을 넘기면서 그녀의 기억속을 엿보기 시작했다.

소설은 노년의 주인공이 우연히 돈암동에 있는 후배의 집을 방문했다가, 아련한 기억속에 남아 있던 '그 남자네 집'을 떠올리면서 옛 기억을 더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남자네집은 아직 그 곳에 남아 있었던 덕분에 그녀는 그 남자 '현보'를 처음 만났었던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 갈수 있었다.  서로에 대한 호감만을 가지고 있었던 그 무렵 두 사람은 대학에 입학하게 되고 몇년후 6.25가 발발한다. 전쟁이 끝나고 주인공은 미군부대에서 일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고 그 남자는 전쟁중 다리에 부상을 입은 상이 군인이 되어 있었다. 우연히 만나게된 두사람은 매일 같이 어울려 지내며 젊음을 만끽한다. 그 시절의 소중함은 주인공의 독백속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만일 그 시절에 그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 인생은 뭐가 되었을까. 청춘이 생략된 인생. 그건 생각만 해도 그 무의미에 진저리가 쳐졌다.' 하지만 그녀는 그남자와 함께 있는 애틋한 시간을 즐기며 행복해 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녀는 결혼을 생각하게 되면서 현보에 대한 가슴 설레이는 사랑을 간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안정된 신랑감인 은행원 민호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시절이나 지금이나 여자에게 결혼은 현실적인 문제일 수 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살짝 시큰둥해진다. 비록 현실은 이렇더라도 소설에서는 아니었으면 했던것이 내 마음이었는데.. 아쉬운 내 마음이 바닥에 내려 앉는다.

결혼후 권태로운 삶에 억눌려 있던 주인공은 그 남자를 만나면서 다시 한번 구슬 같은 여자가 되었다. 남편을 통해 안정된 가정 생활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그 남자' 현보와의 밀회를 나누며 첫 사랑의 설레임을 쫓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기적 이지만 얄미운 모습은 아니었다. 한참 연애하던 시절에도 손한번 잡은적 없었던 두 사람의 관계가 묘하게 낭만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 남자와의 여행을 꿈꾸며 설레여 했던 그날 이루어지지 않은 그 만남 때문일까?! 때로는 완성되지 않은 미완의 예술품이 사람의 마음을 더 잡아 끄는 것과 같은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논픽션일지 사뭇 궁금해 진다.

박완서의 자전적인 소설인 이 작품에서는 6.25 전쟁 시절의 어머니와 딸들, 즉 그 시대를 살아냈던 여성들의 생활상이 잘 그려져 있다. 그녀와 그 남자의 애틋한 이야기들 사이로 우리의 현대사가 그대로 반영되어져 있는 소설인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 남자'를 제외 하고는 남자들의 모습이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 어렵고 가난했던 힘든 시절, 곁에 있던 첫사랑은 마음에 묻어 두고 안정되고 평탄한 집을 가진 은행원과 결혼을 결심한 주인공의 모습. 세상이 변해도 체면치례가 중요한 그녀의 어머니, 미군 부대에서 일하면서 양공주가 되어 버린 이웃집 동생 춘희의 아픔.  식도락과 아들의 안위가 제일 중요하며 집안의 대소사를 무당에게 의존 하고 있는 시어머니와의 갈등, 전쟁에서 살아돌아온 아들이 너무도 고마워 그의 못된 트집과 버릇없음도 다 받아 주시며 행상을 하는 그 남자의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그 시절을 간접적으로 경험할수 있었다.

울고 있었다.
점점 더 심하게 흐느끼면서
볼을 타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나도 애끓는 마음을
참을 수 없어 그 남자를 안았다.

그 남자도 무너지듯 안겨왔다.
우리의 포옹은  내가 꿈꾸던 포옹하고도
욕망하던 포옹하고도 달랐다.

우리의 포옹은 물처럼 담담하고 완벽했다.
우리의 결별은 그것으로 족했다.                           (310p)

  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한국 현대소설사의 거목 박완서의 열다섯 번째 장편소설이 출간됐다. 작가는 이 작품을 힘들고 지난했던 시절을 견디게 해준 '문학에 바치는 헌사'라고 말한다. 2003년 '문학과 사회'에 게재한 동명의 단편을 기초로 다시 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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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라비카

2007/09/11 13:31 2007/09/1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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