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 김훈 :: 2007/07/02 11:15

  남한산성  김훈 지음
소설가 김훈이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신작 장편.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갇힌 무기력한 인조 앞에서 벌어진 주전파와 주화파의 다툼, 그리고 꺼져가는 조국의 운명 앞에서 고통 받는 민초들의 삶이 소설의 씨줄과 날줄을 이룬다.


 김훈은 '칼의 노래'에서 임진왜란(선조 25, 1592∼98)의 단면을 충무공을 통해 보여 줬었다. 독자들은 장군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부터 들려오는 이야기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의 내면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전란속에서 너무나 무능했던 조정, 그를 둘러싼 눈앞의 적, 정치적 기회주의자들인 명의 구원병들 사이에서 장군의 외로운 싸움은 계속 되었다. 전쟁은 그렇게 반복되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갔다. 장군의 목소리는 희미하게 사라져 갔고 마침내 임진왜란은 끝이났다. 이제 김훈의 시계는 40년뒤의 병자호란에 맞추어 졌다.

 소설 '남한산성'의 시대적 배경은 정묘호란(인조 5년, 1627)을 겪은지 10년도 채안되어 발발한 병자호란 (1636.12 ~ 1637.01) 이다. 병자호란은 조선 역사상 가장 큰 패전으로 꼽히고 있다. 불과 두달만에 조선은 변변한 저항도 한번 못해보고 굴복했었던 싸움이었으며 조선의 세자가 청나라에 인질로 잡혀 간 수치스러운 싸움이었다. 7년간의 끈질긴 싸움 끝에 왜적을 몰아냈었던 임진왜란이나, 40년동안 몽고에 대한 항쟁을 이어나갔던 모습과는 겪이 다른 싸움이었던 것이다. 청의 용골대를 피해서 인조와 조정의 신하들은 남한산성으로 피난을 간다. 두달 동안(정확히는 47일) 남한산성의 성벽안에서는 무기력한 임금의 모습과 주화파와 주전파의 대립속에 끊임없이 어지러운 말들을 서로 내뱉는 신하들의 무리가 겨울을 나고 있었다.

모두가 주인공인 소설
 소설속에는 선도 없고 악도 없다. 서로가 바로보는 각기 다른 삶의 이유와 모습이 교차한다. 임금인 인조는 '나는 살고자 한다'라며 칸에게 나아가 치욕적인 모습으로 신하의 예를 갖추었다. 칸의 발밑에 엎드려 세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인조의 모습, 주화파로서 당장의 굴욕은 인내하고 후일을 도모 하려는 최명길의 모습, 주전파로서 끝까지 청에게 대항하기를 원하는 김상헌.. 임금의 일행을 강건너 주었던 뱃사공(그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하지만 그가 적에게 이용당할까 두려워 김상헌은 그를 베어 버린다), 담벼락에서 이를 잡던 늙은 군졸들, 대장간 서날쇠에게서는 전란속에 죄없이 희생당하는 민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두가 저 나름대로의 합당한 삶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청의 앞잡이 였던 정명수 조차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는 모습으로 그려 지고 있다.

임금은 남한산성에 있었다.
 남한산성 성벽 안쪽에서는 군졸들의 깔개를 거두어 굶주린 말을 먹이고 있었다. 군졸들은 동상에 시달렸고, 그렇게 먹인 말들은 결국에는 먹을게 없어서 죽고 만다. 죽은 말들을 잡아서 군졸들에게 먹인다. 한 겨울의 시간은 멈춰버린것 처럼 더디게 흘러간다. 성밖의 청장 용골대의 진영에 따스한 연기가 피어 오른다. 성안의 겨울은 너무 춥다. 군졸들은 손가락 발가락이 동상으로 떨어져 나가 총,칼을 잡기마져 어렵다.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임금과 묘당의 사대부들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사관은 한참을 고민끝에 이렇게 기록한다. '...임금은 남한산성에 있었다....'

-영상대감도 말국 한그릇 드시오. 말 내장이 아주 부드럽소.
-아니, 말을 잡아주시려면 살쪘을 때 잡으시지 어찌 주려서 바싹 마른 뒤에 잡으시오.
-깔개를 거두어 말을 먹이시고 또 그 말을 잡아 소인들을 먹이시니, 소인들이 전하의 금지옥엽임을 알겠소이다.
기한(飢寒)에 몰린 군병들은 겁 없이 시시덕거리며 영의정을 조롱했다. 비장이 군병을 꾸짖었다.
-닥쳐라. 아가리를 찢겠다. 먹여주는 뜻을 어찌 모르느냐.(94p)

김훈이 머릿말에 남긴 문구를 되새겨 본다.

"그 갇힌 성 안에서는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엉켜있었고, 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았다." 

 임금은 살고자 하였고, 칸 앞에 무릅을 꿇었다. 무릅을 꿇음으로써 조선의 명예와 자존심은 죽었고, 절망끝에 성을 나가 도성으로 귀향할수 있는 희망을 얻었으며 그 치욕을 밟고 일어서서 자존의 길을 찾을 수 있는 후일을 도모 할 수 있게 되었다. 답답하고 지겹지만 버텨야 한다. 이것이 삶이므로..

2007/07/02 11:15 2007/07/0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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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욕의 한계, 삶의 한계, 남한산성

    Tracked from 격물치지 [格物致知] | 2008/05/13 00:21 | DEL

    대학 가장 위대한 책중 하나인 대학에는 '머물 데를 알아야 정함이 있고, 정한 뒤에야 고요해 지고, 고요한 뒤에야 편안해지고, 편안해져야 사려할 수 있고, 사려를 해야 능히 얻는다.'라는 문장이 있다. 그렇다. 모든 처세, 성공학, 자기개발 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2,500년전 동양의 선철들은 깨달았다. 모든 것은 머물 자리가 있고 그 자리에 있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즉 모든 사물의 理에 머물러야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知止而后有定 定而..

  • 김성관 | 2007/07/02 15: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칼의 노래에 비해..그닥 감흥은 없었어요... 어째서 베스트셀러인지도 잘 모르겠는..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ㅋㅋ 요즘은 이외수 아저씨한테 꼿혀서 ... 책 수집중..

    • 아라비카 | 2007/07/02 17:17 | PERMALINK | EDIT/DEL

      칼의 노래는 정말 명작인것 같아요 ^^;
      남한산성은 무기력한 모습들이 보기 싫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 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외수선생님이 yes24 아름다운 서재에 추천한 서적들 다읽으려고 '자기앞의 생'을 주문 했어요 ㅋ 이거만 읽으면 다 읽네요~

      (눈먼 자들의 도시, 자기앞의 생, 향수, 꽃들에게 희망을, 벽오금학도)

    • 김성관 | 2007/07/06 10:57 | PERMALINK | EDIT/DEL

      난..눈먼 자들의 도시, 향수, 벽오금학도는 읽었음...

      자기앞의 생, 꽃들에게 희망을...요건 읽어봐야겠네요.

    • 아라비카 | 2007/07/09 11:32 | PERMALINK | EDIT/DEL

      '꽃들에게 희망을..' 이건 정말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

  • 송인철 | 2007/07/02 20:34 | PERMALINK | EDIT/DEL | REPLY

    햐~ 리뷰 형이 직접 쓰시는 거죠? 저런 리뷰 어떻게 쓰는 거죠;; 대단.
    이외수 아저씨 책 저도 예전에 하나 읽었었는데, 그리고 소설 많이 읽었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아무래도 일 많이 하다 보니 다시 "프로세셔널의 조건" 같은 자기 개발 서적에만 몰두하고 있어요=_=

    • 아라비카 | 2007/07/03 19:46 | PERMALINK | EDIT/DEL

      신경써서 쓴다고 항상 하는데 써놓고 다시 읽어 보면 오타에 앞뒤 안맞는 말들이 제법 많은걸 ㅜ.ㅜ 읽은 내용 가지고 맘편하게 주저리 주저리 쓰다 보면 저렇게 재미 없는 글이 나와 버리더라고 =.=;;

      ps : "프로세셔널의 조건" 같은 자기 개발 ==> "프로세셔널의 조건" 같은 자기 계발 이 맞는거 같네?!

      啓發(계발) - (지능·정신 등을) 깨우쳐 열어 줌.
      開發(개발) - (1) 개척하여 발전시킴. 경제 ~. 기술 ~. 유전 ~. 자원 ~.

  • 유정선 | 2007/07/16 18: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선인장이라고 해야 아시려나 ? ^^
    너무 훌륭하십니다.. 서평... 차근차근 하나씩
    읽어봐야겠어요 ..

    저도 지난 주말, 남한산성 마쳤는데
    칼의 노래보다 감흥은 덜하더군요.. ^^
    하지만.. ( 김훈의 화법을 빌리자면 .. )
    등장인물들의 면면.. 죽을수도 없고 살수도 없고,
    나아갈수도 없고...물러설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체없이
    나약하게 흔들리지 않는 인물들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
    한편으론 슬프기도 하고 .

    특히 김상헌과...날쇠.. 최명길...
    더불어 .. 칸도 인상적이었고
    갠적으로 나루의 생김새며..행동거지를
    떠올려보면서 읽는 게 큰 즐거움이었어요.
    나루처럼 가늘고 흰 목에 .. 빨간 입술.. -_-
    전 이런 부분에 약합니다.. ;;

    어쨌든 ... 정말 대단하시네요 ^^
    부럽기도 하구요 ..^^

    • 아라비카 | 2007/07/18 09:52 | PERMALINK | EDIT/DEL

      정선님 이셨구나?! :)
      이책 사실은 북토마토라는 토론회 갈려고 급하게 막 읽고 리뷰 썼었는데..
      일이 생겨서 토론회도 못가고 ^^; 이래저래 아쉬움이 있었던 책이예요.

      역사 소설 하면 의례 기대하는 것이 역사에 대한 작가의 어떤 평가라고나 할까? 그런것들이 있는데.. 남한산성은 그런 부분에서는 좀 빗겨나가 있는 모습;;;

      ps : 그러고 보니 나루랑 닮은거 같은데?? 가늘고 흰목에 빨간 입술 아니었나? ^-^*

  • brook | 2007/11/27 16:4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다들 인생이 즐거우신가봐요.
    전 병자년 남한산성에 갇혀 있던 임금에게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아! 나의)모습을 본 것 같았는데...
    순간순간 크고 작은 치욕들을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 아라비카 | 2007/11/28 09:09 | PERMALINK | EDIT/DEL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들이 있겠죠~!
      어떻게 즐거운 날들만 있을까요?! ^^;

      그래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즐거움을 찾지 않는 다면 사는게 얼마나 더 무미 건조 할까요..

      남한산성 보다 즐겁고 유쾌한 책들을 한번 읽어 보시면 어떨까요?
      전 가네시로 가즈키 책들을 재밌게 읽었었던 것 같아요 ^-^;

  • brook | 2007/11/30 15: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고맙습니다.
    일본소설 좀 안좋아하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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