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 류시화 :: 2007/07/25 22:25

나에게 시(詩)는 비와 같다.
평상시에는 아무렇지도 않다가도 문득 한없이 그리워 진다.
잊혀져 있던 감성을 끄집어 내고 시 구절들을 가만히 떠올려 본다.
마음속에 촉촉하고 포근한 비가 내리는 것 같다.

시속에는 새로운 발견이 있다.
수줍은 고백이 있다.
간절한 그리움이 있다.
그리고 너와 내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 있다.

ps : 시집을 덮으며 맘에 드는 시 하나를 골라 봤습니다.

나비 -  류시화

달이  지구로 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지구에 달맞이 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으로 부터 달아 날 수 없는 것은
이제 막 동그라미를 그려낸
어린 해바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은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내가 삶으로부터 달아 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그리움 때문
지구가 나비 한 마리를 감추고 있듯이
세상이 내게서
너를 감추고 있기 때문

파도가 바다로 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그 속에서 장난 치는 어린 물고기 때문이다.
바다가 육지로 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모래에 고개를 묻고 한치 앞의 생을 꿈꾸는
늙은 해오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너는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달이 지구로 부터 달아날 수 없은 것은
나비의 그 날개짓 때문
지구가 태양으로 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내 그리움 때문


플래시 낭송 듣기 : 나비/ 류시화 (낭송: 유현서)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지음
시인이자, 명상가, 번역가로 활동중인 류시화의 두 번째 시집. 일상 언어들을 사용해 신비한 세계를 빚어낸다. 이해인 수녀는 류시화의 시세계에 대해 `막힘없이 쉽게 읽히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깊이로 읽는 이의 마음과 영혼을 끌어당기는 삶과 자연의 노래`라고 말한다.

2007/07/25 22:25 2007/07/25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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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no | 2007/07/30 15: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차가운 디지털 세상속에 양자화된 번뇌의 부산물을 생산하는 중에도...
    향기로운 커피의 따뜻함을 즐길줄 않고...
    무섭게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강요 당하는 생활중에도...
    감성적인 시 한구절에 삶의 여유를 느낄수 있다니...

    조낸 멋지다... -_-b
    너의 부지런함과 의욕충만은 나이만 졸라먹은 이 형님의 똥꼬를 움찔하게 만드는구나... ㅜㅜ

    더운 여름 더위 말고 수박 먹어라... 화이삼~

    • 아라비카 | 2007/07/31 09:29 | PERMALINK | EDIT/DEL

      주노형 오랫만이예요!
      한참 달콤한 신혼을 보내시고 계시겠네요 ^-^*
      캬하하~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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